RNG가 EG를 3-0으로 쓸어버릴 거라는 건 다들 예상했고(예상대로 됐죠), 진짜 볼거리는 오늘의 T1 vs G2였습니다. T1은 대회 내내 상승세를 타며 럼블 스테이지 막판에 RNG마저 꺾었고요. G2는 25연승을 달리며 T1과 RNG를 차례로 격파한 대회 초반의 절대강자였습니다. 오늘 나타나는 건 그 G2일까요, 최근 모습을 보여주는 G2일까요?
1세트, T1의 일방적 압살
시리즈는 밴픽부터 깜짝 반전으로 시작됐습니다. Faker가 caPs의 갈리오를 상대로 미드 트리스타나를 확정한 겁니다. 트리스타나는 후반 스케일링이 강력한 챔피언인데, G2의 억제기 다이브가 삐끗하는 바람에 Faker는 그 파워 스파이크까지 앞당겨 버렸습니다:
초반엔 양 팀이 맵 전역에서 킬을 주고받는 난전이었지만, 맵 운영은 T1이 우위였습니다. 9분쯤 G2는 caPs의 로밍으로 바텀 다이브에 성공했지만, T1은 협곡의 전령으로 미드 포탑 2개를 통째로 털어버리죠. 스코어는 5대 5였는데도 15분엔 T1이 5k가 넘는 골드 리드를 벌려놨습니다.
T1은 맵 운영으로 압박을 이어갔고, 20분까지 무려 포탑 7개를 부수는 동안 G2는 겨우 하나도 못 깠습니다. 바론이 생성되자 T1은 시야를 싹 지운 뒤 바로 말려들어가, 바론 버프로 게임을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2세트, 데자뷰
2세트 초반에도 양 팀이 난장판을 벌였지만, 이번에도 맵 플레이에서 앞선 쪽은 T1이었습니다. 포탑 방패 계산, 미니언 수급, 소규모 교전까지 전부 더 깔끔했죠. Oner의 리 신과 Gumayusi의 자야가 보여준 이 플레이만 봐도:
T1은 이득을 조금씩 쌓아갔고, G2는 중반에 선을 지키며 골드 차이가 벌어지지 않게 버텼습니다. BrokenBlade의 사이온이 보여준 이 예측처럼, 기량으로 위기의 교전 몇 개를 뒤집기도 했죠:
그러나 T1은 또 한 번의 바론 플레이로 게임의 주도권을 완전히 되찾습니다. G2가 구름 드래곤으로 영혼 관제 포인트를 챙기러 바텀으로 향하는 사이, T1은 즉시 바론 시야를 정리하고 말려들었습니다:
Keria가 벽을 넘는 플래시로 caPs를 CC 체인에 가두는 장면은 그야말로 예술이었습니다. 작은 틈을 놓치지 않고, 확신에 차게 G2에서 제일 잘 큰 원키를 폭파시킨 거죠. T1은 다시 한번 바론을 앞세워 G2의 본진을 분쇄하고 게임을 마무리. 시리즈는 2-0.
T1, G2를 지워버리다
3세트는 미화할 필요가 없습니다. T1은 잔혹할 정도로 G2의 대회 여정을 끝장냈으니까요. 2018년 이전, 동부와 서부 사이에 깊은 골이 있고 동부 팀을 이기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던 시절의 e스포츠가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T1은 G2를 숨 막히게 압박하며 소름 돋는 속도로 골드를 벌어들였습니다:
G2는 매 플레이마다 가진 걸 전부 쏟아부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T1은 G2와 서부 팬들의 희망을 계속 짓밟았죠:
아이러니하게도 G2는 2019년 MSI에서 Team Liquid를 꺾으며 최단 시간 결승 승리 기록을 보유한 팀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정반대 입장이 됐죠. T1이 21분도 안 돼 게임을 끝내면서, G2는 눈 깜짝할 사이에 패배를 당했습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플레이
Faker가 왜 역대 최고의 선수인지 또 한 번 증명한 장면입니다. caPs와의 심리전을 완벽히 이겼죠:
레딧에서 흔히 보는 전형적인 솔로랭크 플레이죠. 다만 Faker는 MSI 준결승이라는 무대에서 그걸 해낼 담력과 침착함, 예지력까지 갖추고 있을 뿐입니다.
이 위풍당당한 승리로 T1은 또다시 국제전 결승, 그것도 LCK 팀과의 결승에 올라섰습니다. 양 팀 모두 3-0으로 준결승을 마쳤기에, 최고의 폼으로 맞붙는 거인들의 결승은 관중에게 성대한 별미가 될 겁니다.
한편 G2도 자랑스러워할 일이 많습니다. 시즌 초 이 팀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고, LEC 정규 시즌 4위로 마친 뒤 플레이오프에선 우승 후보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적적인 25연승은 리그 오브 레전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록 중 하나로 남을 겁니다.